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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276 돈, 권력 그리고 섹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구성요소는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먹을 것에 대한 염려, 종족 번식에 대한 욕구다. 두려움과 먹는 문제 그리고 자기의 종족을 번식하는 일에 대하여 인간은 끊임없이 고뇌하며 그것들을 찾아 헤매인다. 그리고 그 본능과 욕구를 위해 돈, 권력, 섹스를 향한 집념과 의지를 갖는다. 권력은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힘이며, 돈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건이고 섹스는 종족 번식을 위한 욕구 충족의 단면이다. 그러고 보면 실제로 우리는 한평생 권력과 돈과 섹스를 위하여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권력 즉 힘을 소유할 수 있을까? 힘을 가진 자만이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에 우리는 힘을 가진 강한 존재로 살고 싶어 한다. 돈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며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은 곧 권력이다. 섹스도 돈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 한다면 가장 중요한 삶의 조건은 누라 뭐라 해도 돈이다. 돈이 있다면 권력도 섹스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돈을 찾아 헤매는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고단하고 고통스러운가? 누군가의 돈을 가지려면 우리는 경쟁하고 싸워야 한다. 그것이 시장이다.

나는 나섬의 목회를 하면서 돈을 찾아온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돈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되고 돈 때문에 결혼이주여성이 된 사람들이 내가 만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돈에 종속되어 나를 괴롭히는 돈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왔다. 때로는 그 돈 때문에 구질구질한 삶을 경험해야 했다.

돈이 없이는 나그네들을 먹일 수도 도울 수도 없었음으로 나는 늘 돈으로부터 자유하지 못했다. 비록 나그네 목회를 하지만 돈으로부터 자유하고 싶어 수없이 많은 일들을 벌였고 지금도 돈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하여 밤을 새워 책을 읽고 고민을 한다.

하나님은 왜 인간에게 돈이 있어야 밥을 먹고 돈이 있다면 권력도 살 수 있고 그래서 모든 두려움으로부터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이 돈에서 나오도록 내버려두셨을까? 과연 돈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돈이라는 존재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지 나는 매일 묻고 또 고뇌한다.

교회도 돈의 천국이다. 돈을 많이 가진 교회는 큰 교회가 되고 돈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하여 부흥과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돈이 많은 교회가 곧 성공한 목회자의 자리임을 자랑스레 보여줌으로 우리 모두는 그런 돈 많은 교회를 지향하도록 세뇌되었다. 그러니 세상은 물론이고 교회에서도 돈이 전부이며 돈을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복이며 은혜라고 가르쳐왔다. 돈이 곧 신앙의 본질인 것처럼 가르쳐야 교인들이 찾아오는 교회가 되어 버렸다. 기복신앙이란 그런 것이다.

설교를 준비하다가 문득 돈과 신앙이라는 주제를 놓고 유혹을 받았다. 돈 버는 것이 축복이라면 나도 돈 버는 신앙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유혹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내려오고 싶었을 그 유혹이다.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의 십자가 위에서 유혹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고 괴로워하던 예수의 고통은 십자가의 고통이 아니라 유혹의 순간을 이기기 위하여 혀를 깨물어야 하는 고통이었으리라. 십자가에서 죽는 것보다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는 유혹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목회하고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가? 목회를 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그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해야 했다. 평생 나섬이라는 십자가를 붙잡고 살아오면서 나는 여전히 그 유혹과 마주하고 그 유혹으로부터 자유하고 싶어 밤을 새며 괴로워한다. 더 이상 구걸하며 사는 삶은 싫다. 모든 정치적이며 경제적인 종속은 거부하고 싶다. 그럼에도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내가 없어도 몽골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역파송 선교사들이 돈 때문에 실족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 돈이 전부인 것처럼 포장된 세상과 교회로부터 진정 자유하고 싶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도 했고 만두장사와 떡볶이, 커피도 팔아 보았다. 헌옷가지를 모아 재활용 가게도 했으며 책을 써서 책장사도 했다. 양평에 농사를 짓고 그곳에서 새로운 대안적 자립구조를 만들기 위하여 열정적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돈 때문에 한국에 온 사람들과, 돈을 만들어야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현실과, 한순간도 돈이라는 괴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모두가 애처롭고 안타깝다.

돈은 본질이 아니다. 분명히 돈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그러나 돈을 피할 수는 없다. 돈과 마주하여야 한다. 그래서 돈 앞에서 더 이상 주눅 들지 않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본질이 비 본질에 무릎 꿇지 않도록 돈과 맞장 떠야 한다. 그래서 나는 돈과 당당히 마주하기를 선택했다. 더 이상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돈 앞에서 정직하고 당당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돈의 문제가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그놈을 붙잡아 우리의 노예가 되도록 만들고야 말리라. *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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