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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162 베드로통곡교회와 후회

    선교와 순례의 시간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모두 피곤한지 잠을 자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깨어 그 선교와 순례의 시간을 반추하고 있다. 19916월 기독교아시아연구원에서 일하던 시절 처음으로 방문했던 성지순례의 추억도 함께 떠올려 본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그 조각조각의 순례 여정이 생각나고, 참 많이도 고민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그러니까 벌써 26년 전 나는 변방에서 머물기로 다짐하고 비주류의 길을 선택했었다. 군목 전역 후 참 무척이나 고민이 많던 시절이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방황했었다. 아내는 그때를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내를 많이 못살게 굴던 시절이었으니까. 아내에게 지나치게 심술과 화를 내던 나였다. 아내는 참 무던히 참아낸 여자다. 그래서 지금 천사가 되었을 것이다.

순례를 떠나던 그때 영길이는 아내와 현대아산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결국 장애판정을 받았다. 정확히는 아니었지만 아내는 영길이의 장애를 눈치채고 받아들이고 있었을 게다. 그러나 나는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때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성지순례를 하던 중 시내산에 올랐을 때 나는 참 많이 울었다. 모세를 생각하며 내가 가야할 길을 생각해서였는지 눈물이 많이 났던 기억이 난다. 변방과 비주류와 아웃사이더라는 낙인의 삶을 결단하고 올랐던 시내산에서 마주했던 그 새벽의 해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너무 아프고 힘들어 쓰러질 수도 있음을 직감하고 나는 한없이 울었다.

26년 만에 나는 아내와 순례를 한다. 이제는 장애인이 된데다 발을 다쳐 걷지도 못해 휠체어를 탄 채 이스라엘을 찾았다.

대제사장 가야바의 관저가 있던 곳에 베드로 통곡교회가 있다. 통곡교회 안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으려니 베드로의 배반과 후회의 눈물이 느껴진다. 눈을 감으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진정 울고 싶었다. 후회하던 베드로처럼 나도 후회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수없이 예수를 배반했다. 때로는 그분을 욕하며 저주했고 떠나려 했었다. 현실의 고통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예수를 모른다 했었다. 당장의 고난이 무서워 예수 없는 인생을 살기도 했다. 베드로보다 더 많이 배반을 밥 먹듯이 했다. 내 남은 인생도 그럴 테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찬양을 혼자 읊조렸다. 누군가 내 뒤에서 그 찬양을 들었나보다. 뒤늦게 나를 데리러 온 아내가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 뒤의 누군가 나보고 그 찬양을 계속 불러 달라 했단다. 한 번 더 불러 보았다. 조용한 예배당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찬양 소리가 좋았다. 이상하게 계속 눈물이 났다. 후회의 눈물이요, 내 모습에 대한 연민의 눈물이다. 눈물과 함께 가슴이 아파온다. 이제 더 이상 후회의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고 다짐하며 눈물짓지만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아직은 없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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