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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150 목은으로 살아야 하나?

 

   내 호는 목은(牧隱)이다. 내 친구 이동준이 지어준 것이다. 목은이란 은밀하게 숨어서 목회하는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내 친구가 이 호를 지어 주면서 뜻풀이를 해준 것이다. 은밀하게 숨어서 혹은 드러내지 않는 목회를 하라는 뜻이다. 자랑하지 말고, 잘난 척하지도 말고, 우상이 되려하지 말고, 그저 숨어서 조용히 목회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은밀하게 드러내지 않고 목회를 하라는 친구의 마음이 새겨진 이름이다. 그런데 인간이 어찌 드러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없을까? 목회를 하면서 조용히 숨어서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것이 이골이 난 목회자에게 조용히 살라는 것은 참 어려운 숙제 같다. 그럼에도 오늘은 내 호를 지어준 친구에게 고맙다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요즘 목사들의 좌충우돌의 소리가 들리니 조용히 목회 하면서 사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박사모와 함께 하는 우파목사들의 좌충우돌에서부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목사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목사들이 난리법석의 한복판에 서 있다.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목사가 세간의 화두가 되어버려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뜨끔거리는 것이 편치 않아서다. 지난 총선 내게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나는 잠시 흔들린 적이 있었다. 어느 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하룻밤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내 갈 자리가 아니었으니 곧바로 없었던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유혹은 세상을 살다보면 종종 있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내가 하는 사역이 나그네 같은 이주민들과 함께 하는 일인데다, 내 자신이 그 일로 인하여 장애를 가지게 되었으니 그만한 이야기 거리면 작게나마 상품가치가 있을 법도 하다. 우리 정치사에서 목사가 정치를 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해방이후 이승만 정권에서 부통령이 되었던 함모 목사부터 민주화 운동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목회자가 국회의원이거나 정부의 요직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들 외에도 현재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목사들은 한때 내가 섬기던 분이거나 함께 사역을 하던 분들이었으며 그들 또한 한때는 행정부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분들이었다. 나는 그분들 가까이에서 그들의 모습을 분명히 보았던 사람이다. 참으로 대단한 분들임은 분명하다. 누구도 할 수 없고 갈 수 없는 자리에 간 것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생이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뜻일 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존재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가 정치적이다. 어느 한쪽에 서든 이념적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강요당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다. 목사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교회가 당파적이거나 이념적 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거부해도 우리는 모두 정치적이고 이념 편향적이며 그래서 우리 안에 정치적 갈등과 분열의 영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 현실의 한복판에 정치적인 목회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있음으로 더욱 정치적일 수밖에 없었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며 경제정의를 말하는 것이 또한 정치와 불가분리의 연관성이 있으니 더욱 그렇다. 인간의 삶 자체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니 우리는 모두 정치신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얼마나 정치적인가! 여기에 더해 교회안의 교인들은 모두 정치인 버금가는 사람들이다. 지역에서부터 작은 이해관계에 따라 모두 정치와 연관된 사람들이 또한 교인들이다. 마치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듯이 교인들의 눈치를 보며 목회를 하려는 목회자들은 교인들의 정치적 성향을 의식하며 목회를 한다. 예언자가 어디 있으며 하나님의 말씀이 어디 있는가? 그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교인들의 정치적 이념이니 우리는 지금 정치에 매몰된 교회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 우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의 기준과 정당성은 분명 신앙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든가 권력의 힘에 끌려가는 정치가 아닌 하나님의 입장에서 정치적 선택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역사와 하나님 앞에서 옳은가를 묻고 응답하는 결단으로서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하긴 그들 모두도 하나님과 역사를 들먹거리며 결단했다고 하니 그것도 자기 마음대로 의 기준이다. 무엇이 우리가 잘 살아가는 길인지 헷갈리고 두렵다. 오늘 정치권과 이념의 편향성에 경도된 목회자와 교인들의 선택에 의문을 가지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한다. 더 어두워져가는 교회의 미래가 보여 마음이 무겁다. 내 친구 이동준이 내 호를 목은으로 지어주었으니 그 호에 맞게 나라도 조용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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