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에 오후 설교를 부탁받은 적이 있었다. 설교를 마치고 담임목사실로 돌아오니 몇 분의 장로님들이 들어오셔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분들 중 한분의 장로님이 하시는 말씀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목사님, 어떻게 우리 기독교인들이 불법체류자들을 도울 수 있습니까? 그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도우면 안되는 것이지요."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돕는 일에 기독교인들은 참여하여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란다. 불법이라는 말이 그렇게나 거슬리나보다. 이런 식의 주장이나 논리로 나에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말에 대한 거부반응일 게다. 

"장로님, 우리도 이 땅에서는 불법체류자입니다. 우리가 죄인이거든요. 우리도 사실은 여기서 살 수 없지요. 죽어야 할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사랑과 용서의 주께서 우리를 이렇게 살게 하신 것이죠.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라 하셨습니다. 뿐만아니라 불법체류자라는 말은 우리가 만든 것이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이 지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죠. 이 땅의 주인은 주님이시지 우리가 아닙니다. 사실 국경이라는 것은 잘 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 땅에 들어오지 말라고 만든 것이죠. 그것은 매우 이기적인 결과물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국경은 없어야 합니다. 이 지구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고백을 한다면 모든 사람이 함께 살 권리가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설사 불법체류자라는 말이 우리 마음에 걸리더라도 믿음의 잣대로 보면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일뿐이죠."

언제부터인지 우리 기독교인들도 율법적인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율법으로는 모두가 죄인이다. 어느 누구도 율법아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율법으로 나를 본다면 나는 손을 잘라야 하고 눈을 빼야 하며 입술을 절단하여야 한다. 나는 수없이 간음을 했고 나는 죽어도 수도 없이 죽어야 할만큼 큰 죄인이다.
그러나 그 죄인이 용서받았다고 믿고 고백하며 살고 있으니 지금 우리의 불법체류자에 대한 생각은 분명 기독교인들이 가질 수 없는 율법적인 태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정도이니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어떨까? 요즘 우리 사회에 일부 파시즘이 생겨나고 있다. 극우 민족주의라고 번역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보수우익이라고도 하는 사람들이 그들일 게다.  그들이 불안하다.

얼마 전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라는 책을 읽었다. 일본의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라는 사람이쓴 책이다. 일본의 인종주의자들에 대하여 쓴 책이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류의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마음이다.

'재일조선인은 반도로 돌아가라'
'재일조선인은 바퀴벌레 같은 존재들이며 그들의 김치냄새가 싫다'

이들은 이렇게 거리에서 재일조선인들을 조롱하고 욕하며 나가라한다. 이들이 누구인가? 
'재일특권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모임이 그것이다. 일명 행동하는 우익이란다. 재일조선인학교를 찾아가 학교수업을 방해하고, 길거리의 재일조선인들의 가게나 영업장을 방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과격함을 넘어 저속한 욕설을 서슴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으며 국내 외국인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 보았다.

'재특위'사람들이 시위를 하며 소리를 지를 때에 거리의 가게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없이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조선인 노인들의 모습을 그린 장면에서는 그만 한참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저자 야스다는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보수우익 그것도 과격하고 급진적인 우익의 발동은 그들 안의 증오와 분노가 외국인 인종주의로 표출된 것이라는 결론을 맺고 있다.

나는 몇 해 전 재일조선인 지문날인 등 외국인 차별에 대한 세미나를 위하여 일본에 간 적이 있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차별과 일본의 사례 등을 비교하고 경험을 나누는 종교시민단체 대표자 회의였다. 일본의 양심있는 종교인들의 지속적인 저항과 운동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은 세미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경험이 그들에게는 무척 신선하게 여겨졌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다시 파시즘이 준동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그런 이기심과 자기중심적인 죄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보다 자신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는 창조이래 지속되어온 논리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보수우익이라는 사람들의 준동 그리고 재특위 같은 거리로 나온 집단적 인종주의자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에도 저런 저급한 파시스트들이 출현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인종주의자들이거나 외국인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 나타나는 일부의 주장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을 경계하여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들의 경우는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의 율법주의가 외국인 이주자들에 대한 부정적 논리를 만들 가능성 이 높다. 불법체류자라는 말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개 그런 율법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안의 인종주의와 새로운 파시즘을 경계한다. 그것은 우리안의 증오와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는 일종의 광란이다. 자신의 열등감과 불만에 대한 사회적 표출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율법적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려는 바리새인들의 교만이기도 하다.
지금이 그런 인종주의자들과 파시즘의 준동을 경계하여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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