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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이야기

   
노마드톡661_역설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경험하고 깨닫는 진리는 하나님의 역설에 대한 것이다. 역설이라는 말은 영어로 패러독스(paradox)라 하는데 겉보기에는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순되는 결론에 이른다는 뜻이다. '죽어야 산다.' 또는 '내가 약해져야 강해진다.'라는 고백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도 마찬가지 의미다.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인생을 판단하거나 결정할 일이 아니다. 겉으로 나타난 것은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알지 못하게 할 뿐 내용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드러나 있는 현상이 아니라 안에 숨겨진 본질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 달 전 몽골 고비에서 발목이 부러졌다. 아프고 힘들어 괴로웠다. 당연히 한국에 오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 소견에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 해서 안심을 했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발목뼈가 붙지 않아 결국 수술을 해야 했다.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자니 처음에는 화가 나고 고통이 갑절로 느껴졌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며칠 동안 병원 신세를 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강제적 안식을 깨달았다. 잠시 멈출 시간이었나 보다.

그 후 또 다른 병으로 암 검사를 위해 조직을 떼어냈다. 어쩌면 암으로 판명될 수 있다는 생각은 간단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만약 암이라면... 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멈추지 않는 생각으로 밤을 지새우니 잠시 잠을 자도 마음은 무거웠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 아이가 갑상선암이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한 곳이 없다. 두 눈의 시력을 잃었고, 치아 중 온전한 것이 몇 개인지 세어야 할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고혈압에 당뇨, 발목 골절로 수술을 받았고 이제는 암 판정을 기다린다. 내가 토기장이라면 깨부수고 싶을 만큼 망가진 삶이다. 그러나 나는 살아야 한다. 이 고통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생존이 목적이 아니다. 생명이 목적인 삶을 살고 싶다. 생존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를 위하여 나는 존재하여야 한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그것이 내 고통의 의미다. 내가 약해져야 주님이 내 안에서 일하실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위하여 나는 무너진 내 육신을 끌어안고 몸부림친다. 오늘도 나는 울었다.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하신 그분께 잠시나마 섭섭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가르쳐 주신 것이 감사해서다.

내 삶은 역설의 연속이었다. 수없는 고통의 시간이 있었고 육신은 깨지고 부서졌다. 시력이 없으므로 계단에서 추락해 찢겨진 얼굴은 수십 바늘을 꿰매야 했다. 그뿐인가! 바로 발 앞의 장애물을 보지 못하고 밟는 바람에 발바닥에 깊은 상처를 입어 또 수십 바늘을 꿰매었다. 작년 초에는 태국에 갔다가 병원도 없는 메콩강에서 요로결석으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 귀국하자마자 입원하였고, 한 달 후엔 쓸개를 떼어내는 수술도 받았다.

 

 

지금은 발목 골절 수술 후 암 진단이 내려질지 모르는 가운데 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처투성이의 삶이다. 이주 나그네들과 살면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멸시와 차별의 시선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 있어야 한다. 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진정 영성이기 때문이다. 역설의 진리가 내 안에서 나를 부활시킨다. 기분이 좋다. 울다가 다시 웃는다. 어차피 나는 나로서만 존재한다. 유일한 존재로 살고 싶다. 정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 산을 오르고 싶다. 마지막 그 끝에서 내가 맞이할 순간을 위해 나는 오늘도 길을 만든다.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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